진폭 변조(AM) 2편: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변조 방식과 수신기의 원리
지난 글에서는 진폭 변조의 기초와, 반송파를 억압하여 전력 효율을 높인 DSB-SC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DSB-SC는 전력 효율이 좋은 대신, 수신기에서 정확한 반송파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기술적 부담이 있었다.
통신 시스템은 언제나 '전송 효율'과 '수신기의 단순화'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수신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DSB-LC부터, 주파수 대역폭을 알뜰하게 쓰는 QAM, SSB, VSB 방식, 그리고 수신기의 핵심 기술인 PLL과 슈퍼헤테로다인까지 araboza.
1. DSB-LC: 반송파를 굳이 같이 보내는 이유
DSB-SC의 가장 큰 단점은 수신기에서 반송파를 복원(반송파 동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DSB-LC(반송파 양측파대 변조)이다.
DSB-LC는 원래 보내려던 DSB-SC 신호에 별도의 정현파 신호인 반송파(파일럿)를 덧붙여서 전송한다.
장점: 수신기가 아주 간단해진다. 파일럿 신호가 함께 오기 때문에, 수신단에서 복잡한 동기화 과정 없이 포락선 검파기라는 간단한 회로만으로 비동기식 복조가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듣는 AM 라디오가 바로 이 방식을 쓴다.
단점: 정보가 없는 파일럿 신호를 보내는 데 전력을 추가로 써야 하므로, DSB-SC와 달리 전력 효율 자체는 떨어진다. 이때의 전력 효율은 변조 지수에 의해 결정된다.
2. QAM: 두 개의 신호를 하나로 묶어 보내는 마법
일반적인 DSB 변조는 원래 신호 대역폭의 2배를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주파수는 곧 돈이고 자원이기 때문에 이는 큰 낭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직교 진폭 변조(QAM)이다. 수학적으로 코사인 파형과 사인 파형은 서로 직교하여 섞이지 않는다는 성질이 있다. QAM은 이 원리를 이용해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시지 신호를 코사인과 사인 반송파에 각각 실어 동시에 전송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채널 대역폭으로 두 배의 정보를 보낼 수 있어 주파수 이용 효율이 극대화된다.
3. SSB와 VSB: 대역폭 다이어트
SSB (단일 측파대 변조): 앞서 말했듯 진폭 변조를 하면 반송파를 기준으로 양쪽에 동일한 정보(상측파대 USB, 하측파대 LSB)가 대칭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굳이 둘 다 보낼 필요 없이 한쪽 측파대 신호만 보내도 원래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 이렇게 대역폭을 반으로 줄인 것이 SSB이다. 대역통과필터(BPF)나 힐버트 변환을 통해 나머지 반쪽을 잘라낸다.
VSB (잔류 측파대 변조): SSB의 아이디어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저주파(DC) 성분이 포함된 신호를 칼같이 절반만 필터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쪽 측파대는 온전히 살리고 반대쪽 측파대의 일부(잔류)를 남겨서 보내는 방식이 VSB이다. 대역폭은 조금 더 쓰지만 구현이 훨씬 쉬워져서 기존의 아날로그 TV나 HDTV 변조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4. PLL과 반송파 동기: 수신기의 심장
DSB-SC나 SSB 같은 방식에서는 반송파를 억압해서 보내므로 수신기가 알아서 송신기의 반송파와 정확히 똑같은 정현파를 만들어내야 한다. 수신기의 위치나 전파 지연에 따라 위상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반송파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는 핵심 회로가 위상 동기 루프(PLL)이다. PLL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 위상 검파기 (Phase Detector): 입력된 신호와 수신기 내부에서 만든 신호의 위상 차이를 찾아낸다.
- 루프 필터 (Loop Filter): 검파기 출력에 섞인 잡음을 저역 통과 필터(LPF)로 제거하여 깔끔한 제어 전압을 만든다.
- 전압제어 발진기 (VCO): 루프 필터에서 들어온 전압 값에 따라 출력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결국 송신 신호와 주파수 및 위상이 완벽히 일치하는 정현파를 뱉어낸다.(참고로 제곱기를 거치거나, 코스타스루프 같은 구조를 활용해 수신 신호에서 반송파를 추출해 낸다.)
5. 슈퍼헤테로다인 수신기: 원하는 채널만 쏙 뽑아내기
라디오나 TV에는 수많은 방송국 채널이 존재한다. 우리가 원하는 채널(예: AM 방송의 10kHz 폭)만 수신하려면 아주 예리한 필터(BPF)가 필요한데, 방송국마다 주파수가 다르므로 모든 주파수 대역을 커버하면서 예리하게 동작하는 가변 필터를 만드는 것은 너무 비싸고 어렵다.
이 문제를 천재적으로 해결한 것이 슈퍼헤테로다인 수신기이다. 동작 원리는 간단하다. 수신된 고주파(RF) 신호를 바로 필터링하지 않고, 믹서와 국부 발진기를 이용해 고정된 중간 주파수(IF) 대역으로 먼저 옮긴다. 예를 들어 AM 방송은 어떤 채널이든 무조건 455kHz라는 중간 주파수로 변환시킨다.
결과적으로 채널을 돌린다는 것은 국부 발진기의 주파수만 바꾸는 것이고 , 필터는 오직 '455kHz 대역' 하나만 전담하는 아주 정교한 고정형 IF 필터를 쓰면 되므로 수신기 구현이 획기적으로 쉬워진다. 단, 믹싱 과정에서 원래 원치 않던 주파수 대역이 중간 주파수로 함께 들어와 겹치는 '이미지 주파수'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이를 차단하는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마치며..
진폭 변조의 세계는 단순히 파형을 싣고 내리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대역폭과 전력을 아낄 것인가(QAM, SSB, VSB)', 그리고 '복잡한 수신 과정을 어떻게 현실적이고 저렴하게 구현할 것인가(DSB-LC, PLL, 슈퍼헤테로다인)'에 대한 끊임없는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아날로그 통신의 근본 원리들은 훗날 현대의 디지털 통신으로 넘어가는 아주 중요한 뼈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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